PR과 사람들 | 파블로항공 이남경 홍보팀장..."내 이야기가 특별하다는 걸 기자를 만나며 알게 됐어요"
기업의 PR 담당자는 회사의 자랑 거리를 정제된 언어로 포장해 외부에 홍보하는 일을 도맡습니다. '이 담당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이 콘텐츠를 시작한 계기입니다. (이남경 홍보팀장 현직자 인터뷰)
Sep 23, 2024
⌛이전 맥락: <PR과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PR 인을 조명하는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기업의 PR 담당자는 회사의 자랑 거리를 정제된 언어로 포장해 외부에 홍보하는 일을 도맡습니다. '이 담당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이 콘텐츠를 시작한 계기입니다. (🔗한국경제 긱스 안정락 기자, 🔗포자랩스 PR 담당자 이준환님)
Q. 청와대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네, 청와대에 2003년도에 입사했어요. 처음에는 IT 팀에서 홈페이지 디자인 업무를 맡았어요. 콘텐츠를 대외에 노출하는 일이었죠. 그러다 점점 콘텐츠에 관심을 가졌고, 홍보 팀으로 부서를 옮겨달라고 요청했어요.
당시에 보고서를 굉장히 잘 쓰는 법대 출신의 선배님이 있었어요.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이슈 분석 및 대응 방안을 세장짜리 보고서로 딱 정리했어요. 약간 놀랐습니다. 그의 보고서를 보고 열심히 배우고 따라했습니다. 나중에는 급하게 보고서를 쓸 일이 있을 때 저를 찾게 됐어요.
글쓰기가 전 재미있었어요.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갈 때 필독 독서 이런 게 내려옵니다. 그러면 저는 서평을 써서 사내 게시판에 올렸어요. 보통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잖아요. 저도 처음엔 잘 쓰지 않았는데, 관심이 있어서 계속 쓰게 됐고,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듣고 더 재미있어졌어요.
홍보 팀으로 옮기고 보도자료를 쓰지는 않았어요. 한겨레 기자 출신의 공보관이 있었거든요. 전 사내 커뮤니케이션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청와대에서 7년 정도 근무했네요.
Q. 중간에 경단녀 시기가 있었다고요.
청와대에서 일할 때 남편이 워싱턴에 발령이 났어요. 가족과 같이 있고 싶었고 제가 일을 그만뒀죠. 그때는 미련없이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많이 후회했어요.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해외생활을 시작했어요. 애를 낳고 1년 정도 키웠는데 일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와 아이만 한국에 들어왔어요. 여러 군데 기업에 지원을 했고 APEC 기후센터에 들어갔습니다.
거기에서 홍보 업무를 총괄했어요. 보도자료 작성부터 대외 홍보까지 다 해야 했죠. 위에서 가이드해줄 사람이 없어서 맨땅에 헤딩하며 했던 것 같아요. 스타트업에서 혼자 헤매면서 홍보하는 분들 보면 그 때의 제 모습이 떠올라요.
그러다 일을 다시 그만두고 5년의 공백기를 가졌어요. 외국에서 아이와의 시간에 집중했죠. 이 기간 동안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요. 대사관에서 한국어 수업을 열고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문을 두드리고 들어간 곳이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사건을 담당한 곳이에요.
사참위에서 다양한 홍보 실무를 맡았어요. 뉴스레터도 만들고, 소셜미디어도 운영하면서 재미 있게 일했어요. 한번은 영상물을 제작해 국제 영화제에 출품했는데 감사하게도 15군데에서 수상했어요.
Q. 국제 영화제에도 참가하셨군요.
네,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의 고통을 기억하기 위한 3분, 5분짜리 영상을 제작했어요. 참사라는 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팀원들과 밤낮으로 고심했는데 좋은 결과까지 이어져 뿌듯했어요.
참사라는 게 당사자와 사회에 엄청난 아픔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너무 아프다고만 표현할 수 없어요. 이게 당장 나의 일이 될 수 있고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라는 걸 공감되는 언어로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국제 영화제 출품작: <돌아갈 수 없는 하루>
Q.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네요. 또 기억에 남는 장면은?
또 기억에 남는 순간은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족의 이야기를 카드뉴스에 담은 때예요. 그들이 상담사와 이야기한 내용을 담은 녹취 자료가 있습니다. 40장 정도 되는 분량의 그 대화 내용을 메시지로 축약했어요.
사실 (40장 분량의) 그거를 누가 읽어보겠어요. "생존한 아이는 대학생이 됐고, 그동안 삶에 이런 변화가 있었다." "그는 국가가 이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일원이다." 이런 목소리를 키워드로 간결하게 표현했어요.
세월호 참사가 4월에 일어났잖아요. 참사 후 봄이 일곱 번 바뀐 해에 세 편의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아파요.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지금도 사망자가 나오고 있잖아요. 가슴 아픈 일입니다.
Q. 이후 UAM 스타트업 파블로항공에 가셨어요.
사참위 이후 다음 행선지를 고심했어요. 마침 친구가 파블로항공에서 전략 이사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입사 제의를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공공 부문만 경험했으니 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첫 발을 디뎌보고 싶어서 도전했습니다.
👉파블로항공 홈페이지: https://pabloair.com/main/main.html
Q. 스타트업 홍보 담당자로서 고충이 있다면?
우리 회사를 잘 모른다는 거예요. 이전에 일했던 곳은 이미 알려진 기관이지만, 파블로항공은 인지도가 낮아요. 우리를 몰라주는데 알려야 되는 상황이 처음엔 낯설고 막막했어요.
또 스타트업의 특성 상 정해진 체계가 없었고 모든 걸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야 했어요. 그런데 이 점은 오히려 보람있었어요.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고, 그로 인한 결과는 더 큰 성취감이 됩니다.
저희 사업 부서가 지자체와 협업할 일이 많아요. 점점 파블로항공을 알아본다는 거예요. 부서장님이 '이제 홍보는 그만해도 되겠다'며 칭찬할 때 뿌듯하죠. 전시회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먼저 알아볼 때, 내가 하는 일이 헛되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PR은 결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워요. PR을 잘 하면 투자와 협업으로 이어진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스타트업은 빠른 결과를 원하는 경향이 있어요. 때문에 지금 당장 PR에 투자하는 걸 꺼려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을 견디고 버티면 결국에 큰 성과로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Q. 평소 대표님과 대화할 일이 많을 텐데, 어떻게 소통해요?
숫자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가령, 여러 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요. 대표님이 바빠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요. 저는 "이 인터뷰는 정말 중요하니 꼭 시간을 만들어 진행하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대표님께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 때 해당 언론사의 가치를 분석하고 정량적으로 제시하려고 해요. "이 인터뷰 기사는 얼마의 가치가 있어요. 참여할 필요가 있죠."하고 말이죠. 이런 방식이 상대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돼요.
2022년 한 해 동안 파블로항공은 36건의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400개의 기사로 인용 보도됐어요. 제가 입사하기 전인 2021년과 비교하면 배포 건수는 189%, 게재 건수는 400% 성장했습니다.
Q. 타 부서와 소통할 때 어려움은 없나요?
예전에는 제가 쫓아다니면서 보도자료를 썼어요. 지금은 보도자료 요청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각 사업부에서 홍보팀에 보도자료를 요청할 때 초안을 써서 보내줘요. 제가 초안을 다듬고 보도자료 최종본을 배포합니다.
처음에는 다른 팀에서 불만을 제기했어요. "우리가 왜 보도자료 초안을 써야 돼?" "PR 팀이 있는 이유가 뭐야?" 이런 식이었죠. 한번은 사업 부서에서 정보를 보내주지 않고 알아서 써 주길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제가 사업부 이사님에게 직접 자료를 요청하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자료를 보냈어요.
체계적인 내용을 바라지 않아요. 체계적으로 쓸 사람은 접니다. 글 쓸 소재를 요청하는 거죠. "직접 우리에게 정보도 물어보시고, 보도자료도 잘 써주세요." 이건 효율적이지 않아요. 보도자료를 배포하려면, 최소 하루 전에 이런 형식의 제안서를 홍보 팀에 보내달라는 체계를 만들었어요.
Q. 파블로항공의 보도자료 사례를 들려주시면?
대기업과 협업했다는 소식은 보도자료로서 가치가 있어요. 예를 들면, 세븐일레븐과 가평에 국내 최초 편의점 드론 배송 스테이션을 오픈한 내용(기사 클릭), 작년에 카카오 모빌리티, GS칼텍스, 제주항공, LG유플러스와 같이 K-UAM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내용(기사 클릭) 등이에요.
LG유플러스와는 교통 관리 플랫폼 개발에 관해 협력하고 있어요. UAM 교통 관리 플랫폼을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Q. 보도자료 소재를 찾는 요령이 있다면?
대중이 관심 가질 만한 것에 주목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유명 기업과의 협업은 대중과 기자의 이목을 끕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 사업 방향과 비전입니다. 회사의 주요 의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보도자료 소재를 선정합니다.
Q. 뉴스럴 보도자료 세미나에 참가하셨죠. 어떠셨어요?
원래 보도자료 세미나를 강의하시는 조광현 기자님을 만나러 왔어요. 기자 분들과 따로 자리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가끔은 제가 먼저 연락을 드릴 때도 있고, 반대로 기자님이 보도자료를 보고 연락할 때도 있어요. 그렇게 번호를 교환하고 자연스럽게 관계가 시작됩니다.
그 동안 조광현 기자님과의 접점은 없었어요. 그래서 기자님을 만나러 간 자리였는데, 오히려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글을 쓰다 보면 자기만족에 빠지기 쉬워요. 피드백을 주는 사람도 없고. 다시 한번 내 보도자료를 퇴고할 수 있었습니다.
세미나 참석자 중 기획 기사를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는 분이 있었어요. 전 무조건 초안이라도 써서 기자님께 들이밀어 보라고 말씀드렸거든요. 그게 이 세미나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Q. PR은 여전히 아날로그 하단 생각이 듭니다. 기자와의 관계를 유독 강조하고.
시대가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GPT가 보도자료를 대신 작성하는 때가 와도, 결국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기자 관계도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 대표들을 보면, 기자 관계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제대로 실행하는 일이 드물어요. 기자에게 전화 한 통 걸어 공식적인 관계만 맺으려고 하죠. 기자 분들을 직접 만나면, 우리 기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창업자와 홍보 담당자의 이야기를 더 궁금해합니다.
단순히 기업 홍보만 해서는 한계가 있어요. 서로 재미도 없습니다. 홍보 담당자도 기자의 관심사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돼요. 홍보 담당자가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기자이고, 기자와 좋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어요.
Q. 기자와 관계를 쌓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엔 어려웠죠. 무섭기도 하고. 혹시나 말 한미디 실수할까 싶어 통화하면서 조심스러웠어요. 사참위에서 일하면서 기자를 만날 기회가 늘었어요. 그때 제 기자 벽이 많이 허물어졌어요. 그들도 진심으로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경청한다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물론 지금도 기자와의 만남이 마냥 편하진 않아요. 누구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여전히 어렵죠. 하지만 예의 있게 진심으로 다가가면 기자도 마음을 열더라고요.
지금은 기자와 만나면 제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려드려요.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근데 다른 사람에게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걸 기자 분들을 만나면서 깨달았죠.
Q. 기자를 어려워하는 홍보 담당자에게 조언한다면?
격의 없이 대해 보세요. 저는 가끔씩 카톡에 생일이 뜨잖아요. 그러면 기자에게 커피 쿠폰을 보내요. 그럼 이렇게 답장이 옵니다. "스벅에서 파블로항공 기사를 쓰라는 말씀이죠?"(웃음)
이런 것이 당장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죠. 하지만 언젠가 도움을 줄 때가 있더라고요. 한번은 헤럴드 경제 기자와 소통하면서 작은 선물을 전달한 적이 있어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었는데, 나중에 제가 부탁드릴 일이 생겼어요.
헤럴드 경제가 주최하는 포럼 자리였어요. 우리 회사 대표님이 끝에 발표하는 걸 꺼리는데 그 날 마지막 순서에 배치된 거죠. 그 자리에서 기자 님에게 순서를 조정할수 있는지 여쭤봤어요. 처음에는 안 될 것 같다는 반응이었는데, 결국 앞 순서로 조정해줬어요. 감사했습니다.
또, 회사에 부정적인 이슈나 오해할 만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가 있어요. 이때 관계가 잘 형성된 기자 분들은 우리 입장도 꼼꼼히 물어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에 기사를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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