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과 사람들 |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 김태현 기자..."보도자료 기사는 공백을 채우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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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3, 2024
PR과 사람들 |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 김태현 기자..."보도자료 기사는 공백을 채우는 콘텐츠입니다"
이전 맥락: <PR과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PR 인을 조명하는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기업의 PR 담당자는 회사의 자랑 거리를 정제된 언어로 잘 포장해 외부에 홍보하는 일을 도맡습니다. '이 담당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이 콘텐츠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어요.
 
홍보 담당자를 볼 때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보도자료에 힘 주는 만큼 기자 관계도 잘 맺으세요." 그럼 따라붙는 질문, "어떻게요?" 내 대답은 한결 같다. "일단 만나보세요. 기자도 사람입니다."
지난 2월 뉴스럴 기자 미팅에 참석한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김태현 기자를 만났다. 그는 기자와 PR 담당자는 상호 협력 관계라고 했다. 기자와 관계를 잘 맺는 것도 중요한데 보도자료를 잘 쓰지 못하면 기자에게 외면 받는다며 보도자료 쓰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3월에 진행했습니다.)
김태현 기자를 만난 장소는 독립문역 인근 서점 🍵. 취재를 마친 그의 시간을 잠시 빌렸다. (출처: 뉴스럴)
김태현 기자를 만난 장소는 독립문역 인근 서점 🍵. 취재를 마친 그의 시간을 잠시 빌렸다. (출처: 뉴스럴)
 

어떻게 기자 일을 시작했나요?

 
우연히 시작했어요. 제가 일본학을 전공했어요. 그 당시에 국제부에서 전문 인력을 채용했는데 친한 친구가 준비를 하고 있어서 같이 들어갔습니다. 국제부로 시작해서 식품부, 유통부, 증권부 등을 거쳤습니다. 증권부에서 IPO를 담당하게 됐는데 여러 단계의 스타트업을 많이 관찰했고 흥미를 느꼈어요. 산업이 태동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중요하다고 느껴서 해당 분야를 계속 들여다봤어요. 스타트업을 취재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 회사(머니투데이)에서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유니콘팩토리 부서가 생겼어요. 지난해 2월부터 유니콘 팩토리로 옮겨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취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면?

 
전반적으로 트렌드를 따라가는 경향이 많다. 특히 플랫폼 기업에 대한 의구심이 있어요. 얘기하는 사업구조나 이런 게 비슷비슷하더라고요. 사업모델이나 재무구조가 비슷한데 얼마나 차별화된 내용이 나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있어요. 저는 딥테크(딥테크: 기저기술, 원천기술을 뜻함) 기업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어요. ICT 기술을 활용해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들. 교원 창업(대학교수가 창업하는)이나 대학 창업 회사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올해 자금 조달 시장이 경직됐다고 하지만 AI나 우주산업 관련 스타트업은 꾸준히 투자를 받고 있어요.

기자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사람을 연결하는 일인 것 같아요. 기사를 쓰고 인사이트 있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건 기자 일 중 극히 일부분입니다. 스타트업 취재기자는 더 그런 것 같아요. 스타트업이 투자금을 추가 유치하거나 대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벤처캐피털이 좋은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지금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단독 기사는 기자 일의 꽃이 아닌가?

 
(기자마다 다르겠지만)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듣는 얘기가 다 단독 기사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포털에 단독 기사들이 난립하지 않는 건 단독 기사를 내는 것보다 이 사람과 관계를 맺고 연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기자와 이야기하실 때 무작정 거리를 두는 것보다 오프 더 레코드라고 말씀해주세요. 그러면 저희도 다른 업계의 취재원을 만날 때 ‘기사로 쓰지 않은 내용 중에 이런 내용이 있더라,’ ‘이 기업과 협업을 추진해보는 건 어떻겠나’ 하고 제안할 수 있거든요. 생각지 못한 사업 기회로 이어질 수 있어요. 열린 마음으로 기자를 대하면 좋겠습니다.

PR 담당자는 혹시 말 실수를 할까봐 기자 앞에서 항상 조심하는 것 같다.

 
그래서 기자 성향을 잘 파악하셔야 해요. 저 같은 경우 (오프 더 레코드라고) 이야기 하시면 나중에 시점이 무르익었을 때 처리합니다. 근데 듣자마자 쓰는 기자도 있어요. 대기업 홍보팀은 그런 걸 리스트로 정리합니다. 이 기자 성향은 어떻고, 저 기자는 어떤 지 파악하고 팀 내부에 공유하는 거죠. 스타트업 PR 담당자도 이렇게 노력할 필요가 있어요. 그게 홍보팀의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기자 일을 하며 보람을 느낄 땐 언제인지?

 
제가 다리를 놓아 협업이 성사되거나 투자 유치가 진행됐을 때 성취감을 크게 느껴요. 이게 단독 기사를 냈을 때보다 보람이 더 큽니다. 사람의 생체 바이오를 전자 신호화해 선수들의 건강 관리를 해주는 한 스타트업이 있었어요. 작년에 스포츠 펀드를 갖고 있던 벤처캐피털을 연결해줬고 IR까지 진행했습니다. 결국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투자사가 당시에 성의껏 피드백을 줬어요. 스타트업도 이 피드백을 참고해 서비스를 개선한다고 들었고요. 이런 연결 과정에서 저도 많이 배워요. 인터뷰를 할 때 스타트업 대표 말만 들으면 저희도 나름 비판적으로 보지만 회사 재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요. 반면 투자사는 실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회사의 약점이나 발전 방향성을 알더라고요. 이때 투자사에게 들은 정보를 토대로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해요.
김태현 기자가 진행한 23년 2월 뉴스럴 기자 미팅 현장 📸 (출처: 뉴스럴)
김태현 기자가 진행한 23년 2월 뉴스럴 기자 미팅 현장 📸 (출처: 뉴스럴)

언제 PR 담당자에게 연락 오는 게 편한지?

 
점심 시간 직후가 좋아요. 저희 같이 조간신문은 오후 4시쯤이면 기사 마감 시간이에요. 그땐 바빠서 대응하기 어려워요. 아니면 마감 시간 이후인 오후 5시에서 7시 사이, 저녁 먹으러 가기 전이 좋죠. 전 아침보다는 오후에 연락 받는 게 낫습니다. 진짜 중요한 일이면 하루 전날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에 전화주세요. 보통 아침에 보도자료를 처리하고 오후에 발제 기사를 씁니다. 아침에 문자를 많이 받는데 바빠서 다 못 읽어요. 오늘 아침에도 12개 정도 받았네요.
 

PR 담당자와 어떤 관계인가? 어떤 사람과 계속 연락하는지?

 
기자와 PR 담당자는 협력 관계라고 생각해요. 서로 요청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사이. 저에게는 회사의 제품 업종이나 콘텐츠가 제일 중요합니다. 선호하는 PR 담당자님 성향은 피드백이 빠르고 피드백 기한을 확실하게 말씀해주시는 분이요. 예를 들어 어떤 사안에 대해 지금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아침 9시에 요청 드리면 점심 12시까지 알아보고 연락해주면 고맙죠. 제공할 수 없다고 연락만 제때 주셔도 되게 고맙거든요. 다른 데 알아볼 수 있으니까.

최근 관심을 두는 스타트업 업계가 있다면?

 
ESG, 환경, AI, 메타버스, 우주 기술 기업 등에 관심이 있어요.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우주 스타트업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국내 우주 시장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입니다. 앞으로 우주 산업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국내 산업 인프라나 육성 계획은 아직 부족해요. 관련 업계를 활성화시켜보고 싶습니다. 요새는 우주 기술을 갖춘 교원 창업, 교수 창업 업체를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
 

기자가 관심 있는 업계의 회사를 취재하기도 하나요?

 
필요해서 쓰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를 취재하기도 합니다. 취재할 때 항상 사안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A 산업이 특정 정책 또는 이슈 때문에 이렇게 무너지고 있다’와 같이 현재 상황을 보여주고, 어떻게 하면 A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 대책을 취재해요.
얼마 전에 저희 후배가 비대면 진료 쪽을 취재했어요. 정부에서 비대면 진료를 입법화한다고 했잖아요. 근데 법안 내용을 보면 재진은 비대면 진료할 수 있지만, 초진은 대상에서 빠졌어요. 사실 진료에서 초진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후배들이 취재한 것도 이 법이 갖고 있는 한계와 비대면 진료 업계 스타트업의 반응, 해외 국가의 비대면 진료 승인 사례 등을 고루 취재했어요.
업계 기자가 누가 있는지 뉴스럴에서 쉽게 👀할 수 있다. (출처: 뉴스럴)
업계 기자가 누가 있는지 뉴스럴에서 쉽게 👀할 수 있다. (출처: 뉴스럴)
 

PR 담당자가 알아 두면 좋을 언론 시스템은?

 
스타트업 취재 기사도 신문사마다 특징이 있어요. 중앙이나 조선일보는 기사를 유료로 제공하는데 호흡이 긴 글을 주로 씁니다. 보통 한 기사에 스타트업 한 곳을 취재해요. 그래서 취재 대상이 되는 업체는 업력도 갖추고 특별한 혁신 기술이 있어야 해요.
경제지 중 서울경제는 주로 투자 유치에 관한 기사를 다룹니다. 더벨과 서경이 벤처캐피탈 쪽에 특화된 것 같아요. 한국경제와 머니투데이는 국내 스타트업 한곳 한곳 취재하고 기사를 씁니다. 매일경제 미라클랩은 미국 실리콘밸리 소식과 스타트업 업계 트렌드 등을 주로 다룹니다.
 

기획 기사를 내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하나?

 
뉴스럴 기자 미팅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기획기사는 기자가 기획 단계부터 어떻게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내보내거든요. 때문에 PR 담당자가 자사에서 어필하고 싶은 내용을 미리 작성해 놓거나 기획하면 그게 안 먹힐 가능성이 높아요. 혹시 친한 기자가 있으면 연락해서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어떤 것 같냐,’ ‘좀 더 살 붙일만한 내용이 있겠냐’ 이렇게 제안하는 게 좋아요. 모르는 업계 기자에게 콜드메일을 보내서 시작할 수도 있겠죠. 근데 기획기사 같은 경우에는 좀 아는 기자한테 보내는 게 좋습니다.

보도자료는 기자에게 지면 채우기 용이라고 하더라.

 
보통 지면 한 장에 발제 기사 한두 개가 들어가고, 단신 3개 정도 들어갈 공간이 남습니다. 이 공간을 보도자료로 채워 넣는 거예요. 저희도 페이지에 채워야 할 콘텐츠가 필요하니까 가장 의미 있는 정보를 선택해서 올립니다.
 

PR 담당자는 보도자료가 많이 실리는 게 소원이다. 팁이 있다면?

 
대부분 스타트업 기술이 시장에 없던 것이라 독자에게 기사로 설명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기자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는 예시나 비유를 써 주시면 좋습니다. 이것을 제목과 본문에 키워드로 뽑아 주시면 좀더 관심있게 들여다봅니다. 중기부나 정부 부처 보도자료를 보면 정확히 아실 수 있는데요. 거기는 제목이 정말 드라이하거든요. 예를 들어 보도자료 제목이 “회사 A, BIBAN 2023에서 수상”이라고 나가면 저희는 안 읽어요. 제목을 “중동 모래사막 휩쓴 K-스타트업…BIBAN 2023 1, 2위 수상(기사 참조)”로 고쳤어요. 단어 하나하나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또다른 예로 폐기물 처리 스타트업이 있어요. 스타트업 B의 폐기물 처리량이 몇 만 리터이다, 이렇게 쓰고 끝날 때가 많잖아요. 근데 그렇게 하면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르거든요. 몇 만 리터라는 게 올림픽 수영장으로 치면 몇 개 분량, 이런 식으로 보도자료를 쓰면 저희가 제목에도 그렇게 쓸 수 있죠. ‘회사 B, 올림픽 수영장 몇 개 분량의 폐기물 처리(기사 참조)’ 이런 식으로 제목을 잡으면 보는 이 입장에서 흥미롭습니다.
<"잘 버리면 뜬다" 쓰레기 속 뛰어든 스타트업, VC도 반했다> 기사 부제, 올림픽 수영장 6200개 분량의 폐기물 처리하는 혁신기술 (출처: 머니투데이)
<"잘 버리면 뜬다" 쓰레기 속 뛰어든 스타트업, VC도 반했다> 기사 부제, 올림픽 수영장 6200개 분량의 폐기물 처리하는 혁신기술 (출처: 머니투데이)

보도자료를 수정하는데 대략 얼마나 걸리나?

진짜 잘 쓰시는 분들 것은 거의 손도 안 대고 나갈 때도 있고, 보통은 한 10분, 15분? 근데 손을 아예 안 대면 네이버에서 뭐라고 할 때가 있어요. 동일 기사가 중복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들었습니다.
 

보도자료 담당자를 보면 항상 기자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얼마나 중요한가?

 
기자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근데 모든 기업이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보도자료 제목을 눈에 띄게 짓고 본문을 기본 형식을 갖춰 쓰는 것이 우선 중요해요. 그것조차 갖추지 않으면, 기자에게 외면 받습니다.
최근에 한 회사가 보도자료를 보내면서 처리해달라고 전화가 왔어요. R&D 센터를 건립한다는 소재였습니다. 이 시점에 센터를 왜 건립했는지, 센터 건립이 회사 사업 방향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을 충분히 적어야 하는데 본문 내용이 두 단락밖에 없었어요.
기본적인 형식을 갖추지 못할 만큼 기사거리가 없다면 차라리 배포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해당 업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스타트업은 보도자료를 언제 내면 좋을까?

 
스타트업은 채용과 투자 유치 목적이 큽니다. 이전에 머니투데이에 스타트잡이라는 코너가 있었어요. 스타트업 기업문화를 소개하는 코너였는데, 스타트잡에 기사가 실리고 입사 지원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어요. 대표나 임원의 인터뷰 기사가 인재 채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 유치 전후 보도자료 서비스를 활용해 많은 업계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만약 B2C 업계라면 신규 서비스를 출시할 때마다 보도자료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밖에 보도자료 담당자에게 유용한 팁이 있다면?

 
최근에 보면 챗GPT 키워드 보도자료가 많아요. 기자는 내용을 보거든요. 내용이 좋지 않으면 결국 안 써요. 그래서 무작정 키워드만 넣는 것보다 내실을 채우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부 매체는 보도자료를 복붙하지만 정상적인 매체라면 내용을 꼼꼼히 봐요.
보도자료가 기사로 실렸다면 기사 전문은 아니더라도 제목하고 리드 문장은 확인하세요. 언론에서 내 보도자료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담당자 스스로 돌아볼 수 있어요. 저도 제목이나 리드를 완전히 바꿔 쓰는 경우가 있어요. 기존에 보내주신 내용은 임팩트가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내가 쓴 글이 어떻게 수정됐는지 확인하시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을까요? 기사 제목을 다르게 적은 곳을 주의 깊게 보시는 것을 추천 드려요.
오늘 인터뷰하면서 보도자료 기사의 가치와 의미를 계속 물어보셨잖아요. 머니투데이는 온라인 플랫폼이 있고 종이신문이 있는데, 보도자료 기사는 이곳의 공백을 잘 채워주는 콘텐츠입니다. 콘텐츠로서 사람의 이목을 끌고 재미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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